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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키안 인터뷰] 이재석 카페24 대표 “세계 최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할겁니다. ”

2018-04-30 1,502

CAFE24 전자상거래 '판'을 바꾼다. 카페24 이재석 대표

한 무리의 펭귄이 빙하 위에 모여 있다. 바로 앞에 푸른 바다가 찰랑거리고 있지만 머뭇머뭇하느라 뛰어들지 못한다. 바다는 펭귄이 좋아하는 먹거리로 가득하지만 자칫하다가는 바다 표범, 물개와 같은 천적의 먹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는 이때 용감한 펭귄 한 마리가 먼저 바다로 뛰어들면 다른 펭귄도 뒤따르게 되는데 가장 먼저 앞장서는 이 펭귄을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고 부른다. 인간 사회에도 퍼스트 펭귄처럼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분야에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뛰어들어 정상을 차지하는 이들이 있다. 국내 최초 연구중심 대학 포스텍에 1회 입학생으로 들어와 전 세계 유일의 독창적인 플랫폼을 가진 전자상거래 서비스 회사를 창업한 사람. 20년간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회사를 키워오다 국내 최초로 테슬라 요건을 적용받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후 포스텍 동문 기업 중 최초로 시총 1조를 넘기며 한 번 더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남자. 그의 이름은 이재석, 그가 만든 회사는 ‘카페24’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됐다고요? 하하하. 달라진 건 없어요. 아니,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네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시가 총액이 1조가 넘었다면 회사 대표는 어떤 기분이 들까. 이재석 대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많은 관심과 성장 등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흔들리지 않고 견고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지금보다 더 잘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비대면 정보 교환 시스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때문입니다. 이 시스템이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미래 예측을 좋아했는데 유례없는 인터넷 열풍 속에서 데이터 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게 됐고, 이 확신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1999년을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대라면 ‘세기말’ ‘IMF’ ‘벤처열풍’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기말 뒤숭숭한 분위기와 IMF 외환위기로 실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해내기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벤처산업 육성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벤처기업 육성 특별 조치법’을 시행하고 시작하는 벤처에 투자하는 투자 붐을 타고 수많은 회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투자 열풍이 거품처럼 사라지기도 했고, 2006년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파도 견뎌내야 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확신과 투자붐으로 쉽게 창업에 성공했지만, 지난 20년은 아슬아슬하게 빙하기를 넘긴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카페24는 창업센터를 통해 누구라도 손쉽게 온라인 쇼핑몰을 열 수 있도록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은 카페24 창업센처 가산디지철단지점 전경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본질보다는 모양에 신경 쓰기 마련이죠. 하지만 거품은 금방 부풀어 오르는 만큼 금방 꺼질 테고, 세상은 다양하게 변하니까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한 비결은 기본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카페24’라는 이름은 보통 사람에겐 커피전문점 이름 같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팔려고 하는 온라인 쇼핑몰 창업 꿈나무라면 가장 먼저 찾아보게 될 회사다. 온라인으로 쇼핑몰을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활성화할 방안까지 제시해준다. 돈이 많이 들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누구나 카페24 플랫폼을 통해 회원가입만 한다면 무료로 쇼핑몰을 만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결제, 광고·마케팅, 물류·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에 따른 쇼핑몰의 성장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즉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플랫폼인 것이다. 수익에 관해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 안정적 인프라 구축,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 등으로 일정기간 적자를 감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근본적 확신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생태계적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한 대로 세상이 변하는데 20년 정도가 걸렸어요.”

카페 24 플랫폼을 통해 지난해 거래된 금액은 무려 6조 7000억. 1999년 5명이 창업한 회사는 20년이 흐르는 동안 직원이 1000명에 육박할 만큼 커졌다. 책임이 커지는 만큼 어깨도 무겁지 않을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는 이렇게 될 거라 예상했기 때문에 지금의 변화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와 이야기 하다 보니 그의 20대가 궁금해졌다.

카페24 직원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는 모습.

“고등학생 때 한적한 작은 도시, 작은 마을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포항에 포항공대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아무런 고민 없이 포스텍을 선택했고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목소리 크고 노는 걸 좋아하는 밝고 쾌활한 청년이었다고 말한다. 기숙사 입구에 이 대표가 등장하면 저 멀리에 있는 기숙사에서도 ‘이재석 왔구나’ 할 정도였다고 전하며 웃었다. 겉으로는 외향적인 그였지만 그는 딥 씽킹(Deep Thinking)을 통해 미래 예측하기를 좋아하는, 생각이 많은 학생이었다. 포스텍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생각하며 미래를 예측했다. 또 많은 시간들을 친구들과 기숙사와 학교 곳곳에서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처럼 재밌게 즐겼기에 포스텍 시절을 그는 인생 최대의 사치를 부린 시간으로 기억했다.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이재석대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 포스텍 출신이란 점이 꼭 들어가는데 사람들이 절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관심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포스텍 출신이라는 점이 저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겁니다.”

똑똑하구나, 사기를 칠 사람은 아니겠다는 신뢰감. 이 대표는 포스텍 출신이란 말을 사람들이 듣자마자 상대가 이 대표를 향해 갖게 되는 이미지라고 밝혔다. 모교 포스텍의 최근 발걸음에 대해선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치창출대학 선언은 최고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고 생각한다며 초반 30년 동안 연구중심대학으로 과학기술 선진국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역할이었다면 이젠 지식을 생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함(Flag Ship) 역할을 포스텍이 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학교와 뜻을 같이 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는 쇼핑몰 구축부터 마케팅까지 원스톱 지원한다. 사진은 카페24 홈페이지 화면

“앞으로 20년 안에 완벽한 AI 세상이 될 거에요. 편하게 생각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걸 발견할 것이고, 지금의 학생 시대에는 하고 싶은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는 시대가 될 겁니다. 카페 24는요? 전 세계 전자 상거래의 핵심 중추가 돼 있을거예요”

포스텍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길 묻자 이 대표는 지금까지 세상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사회가 원하는 일 중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필요했지만 미래 사회에선 하고 싶은 걸 즐기면서 잘 하면 된다고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덧붙여 카페 24의 플랫폼은 세계 유일한 것이고 전자상거래 시장 전망은 밝은 만큼 해외시장에서도 카페24의 플랫폼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미 그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해있었다. 올 하반기에 일본을 시작으로 미주지역과 동남아시아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세계 어디서든 고객은 카페24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퍼스트 펭귄은 용감한 도전자, 혁신가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창업주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퍼스트 펭귄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며 수 많은 팔로어를 만들어 냈다. 이재석 대표는 올해 한 인터뷰에서 ‘카페 24는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판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최초’ ‘유일한’ 이란 말과 유독 잘 어울리는 삶을 살아온 이재석 동문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의 도전이 판을 어떻게 바꿔 갈지 기대하며 기다려볼 차례다.